레드벨벳 예리, 청담국제고 악녀 변신!

언제나 하하하 웃고, 할 말은 시원시원하게 한다. 뒤끝 한 끗 남기지 않는 예리, 김예림.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어요?

네! 지난번에 기자님과 함께 했던 화보도 너무 좋았는데,  오늘 촬영도 진짜 즐겁고 만족스러웠어요. 그동안 화보를 많이 찍었지만 이렇게 서늘한 새벽의 톤앤 무드로 촬영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한옥이라 하면 따듯한 느낌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반대의 결이 나와 되게 마음에 드네요. 감사해요.(웃음)

 

이렇게 아티스트 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며 좋아하는 게 느껴지니까 같이 하는 사람도 신나요. 사실 이게 안 맞으면 되게 힘든데(웃음) 매번 잘 구현된 걸 보면 저희가 감성이 잘 맞나 봐요. 비주얼 작업의 재미는 뭔가요?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다는 것! 저는 새로운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똑같은 걸 하는 건 못 견뎌해요. 새로운 콘셉트의 의상, 메이크업, 헤어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죠.

 

〈Red Velvet 4th Concert:R to V〉 월드 투어를 마치고 런던에서 막 돌아왔죠? 마친 소감은 어때요?

오랜만에 한 월드 투어라 즐기려고 모두가 노력한 게 느껴졌던 투어였어요. 도시마다 팬분들의 바이브가 다른 것도 재미있었는데, 한 가지 공통점은 모든 공연에서 한국어 가사 떼창이 들렸다는 거예요. 소름 돋았어요. 정말 감사했고 뜻깊었죠. 그리고 공연 끝나고도 호텔방에만 있지 않고 무조건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친구들도 만나며 부지런히 움직였어요. 외국 사는 친구들이 공연 보러 많이 와줬고, 런던에 사는 친한 동생이 파리부터 런던까지 동행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여러 도시를 다니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페인에 제가 진짜 좋아하는 꿀대구집이 있거든요. 대구에 미트 소스와 꿀을 넣고 구운 음식인데 식당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예전에 찍은 식탁보 무늬를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과 대조해 찾아냈죠.(웃음) 알고 보니 체인점이라 바르셀로나, 마드리드에서 몇 번을 먹었는지 몰라요.

 

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의 여왕 ‘백제나’ 연기 살벌하던데요? 이렇게 천진한 얼굴로 독 오른 연기도 잘하더라고요.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 도전했어요. 제가 안 해봤던 캐릭터라 사람들이 되게 놀라더라고요. 말투의 어미, 속도감, 리듬감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며 대사를 했어요. 마냥 노는 아이라기보단 공주 같아 보여야 했죠.(웃음) 말을 느릿느릿하게 하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적인 인물. 저랑 정반대의 인물이라 어떻게 그 모습을 구현해야 할지 고민이었죠.

 

대본에 없는 ‘백제나’의 과거도 생각해봤나요?

저는 항상 전사를 생각해요. 그게 있어야 연기할 수 있거든요. 드라마에 다 나오지 않지만 복잡한 가정사가 있어요. ‘어떤 이유가 있길래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며 파헤치고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몰입이 쉽게 돼요. 왜냐하면 제가 ‘백제나’를 미워하면 연기가 안 되거든요. 다만 일상생활에서 이런 말투나 사고방식이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촬영이 끝나면 원래의 저로 돌아오려고 노력했죠.

 

몸싸움 연기도 엄청나던데요.

(이)은샘이랑 케미가 폭발했죠.(웃음) 친하니까 더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아요. 더 해보자며 격려하고, 끝나면 저희끼리 깔깔 웃느라 바빠요. 제가 의외로 액션 연기를 많이 했거든요? 작품마다 액션이 조금씩 있었죠. 이번에도 액션 스쿨에서 합을 맞춰봤는데, 제게 소질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분 좋았죠. 전 몸을 사리지 않거든요. 실제로 넘어져야 하니까 아대를 착용하고 연기했어요. 아침까지 몸싸움을 했네요.(웃음)

 

영어 대사를 너무 잘해 SNS에서 화제가 된 거 알아요?

아우, 그거 너무 아쉬운 신이에요. 외국어 연기가 처음이라 연습 많이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제 욕심에 감독님께 부탁해 몇 번이나 더 찍었는데,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아직도 그 영어 대사를 외우고 있네요.

 

꾸준히 연기에 도전하고 있죠. 연기는 레드벨벳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레드벨벳으로서는 오래 활동했고, 히트곡도 많고, 어딜 가든 알아봐주시죠. 그런데 연기 쪽에서는 완전 신인이잖아요. 그런데 전 그게 너무 좋아요. 정말 많이 배울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감독님이나 조감독님,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과 가까이서 하는 작업이라 더 친근하게 일할 수 있어 좋고요. 저는 그렇게 일하는 방식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초면인 분들도 2~3개월 같이 촬영하며 지내다 보면 친척 같아지죠.(웃음)

 

오늘 현장에서도 느꼈는데, 예리는 정말 스태프들에게 친근하게 행동해요. 까탈스럽거나 고고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듯이 웃음이 떠나지 않고.

제가 평소에 진짜 많이 하는 말이 연예인 성격 아니라는 거예요.(웃음) 솔직하고 얘기도 잘 털어놓고 또 잘 들어주죠. 친화력이 좋아요. 예전엔 친화력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엔 인정합니다.(웃음) 장점이죠 뭐. 어떤 사람들에게 끌리나요? 이번 월드 투어 때 파리와 런던에 동행했던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언니 친구들은 1번이 뭔지 알아? ‘착함’이야. 그냥 착한 사람들이야, 딱 봐도.” 그럼 저도 착하다는 거겠죠?(웃음) 저는 선한 사람들에게 끌려요. 허세 있고 앞뒤 다른 사람은 별로예요. 생각해보니 연예인 친구보다 일반인 친구가 더 많은 것 같네요.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들이랑 특히 많은 시간을 보내요.

 

주변에선 예리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요?

싫어하는 건 딱 싫어하고, 좋아하는 건 막 좋아한다고. 그런 기준이 오락가락 바뀌지 않고 꾸준해요. 딱 하나 변한 건, 강아지를 좋아하게 된 것! 어렸을 때는 강아지가 무서웠거든요.(웃음)

 

대중이 예리에게 갖는 편견도 있어요?

어, 있죠. 완전 있죠. 눈썹 모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일자 눈썹이 더 어울리는데 왜 갈매기 눈썹으로 하냐는 말을 듣는 직업인걸요. 옛날엔 신경이 쓰였어요. 제가 저를 모르고 줏대가 없었거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일자 눈썹만 해야 하나?’ 했는데 그건 남들을 위해 사는 거지 저를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니잖아요. 어릴 때 데뷔해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를 위한 인생을 살자고 생각하게 됐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이젠 모르는 사람들이 무작정 하는 비난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중심이 잡혔어요?

스무 살 때부터.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였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죠. 상담을 다니고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고, 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도 알게 됐어요. 오히려 그 시기가 저를 더 성장하게 했죠. 그럼에도 슬럼프는 주기적으로 찾아오잖아요. 저만의 솔루션은, 새로운 걸 하는 거예요. 사소한 취미라도 좋아요. 그렇게 스스로를 지켜야죠.

 

지금 예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알람을 안 맞췄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굉장히 뿌듯합니다.(웃음)

 

24세의 예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초등학생 때 연습생을 시작하고 어릴 때 데뷔해 어딜 가나 막내였는데, 이젠 선배예요! 철 없는 생각이지만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지난해를 마무리하는 인스타그램 글에서 “더 맑고 밝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보기 좋더라고요. 맑고 밝게, 어떤 것일까요?

정신을, 마음을 맑고 밝게 갖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가 나를 잡자’는 것이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쉽게 우울감에 빠져요. 어떤 분들은 우울한 걸 즐기기도 하고, 우울한 음악을 들으면서 우울 속으로 더 깊숙이 침잠하기도 하잖아요. 저도 그래봤거든요. 그런데 전 무서웠어요. 그런 제가 되고 싶지 않아요. 맑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그럼 그 반대로 멋없는 건 어떤 건가요?

허세 부리는 건 정말 멋없어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 그러고 나서 뒷말을 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 없죠. 멤버들과도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바로바로 이야기를 나눠서 불화가 없는 것 같아요. 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하지만 거기서 끝이면 끝. 뒤끝 없어요.

 

예리의 프로페셔널리즘은 어디서 드러나나요?

저는 아직도 프로라는 말이 낯설어요.(웃음) 하지만 레드벨벳으로 무대에 오를 땐 ‘나는 프로다’라는 자기암시를 하고 올라가죠. 그러면 자신감이 생겨요. 사실 저란 사람이 자존감이 높지 않거든요.

 

자존감 높아 보이는데 의외네요.

안 그래 보이죠?(웃음) 그래서 저는 자기암시를 엄청나게 해요. 나는 프로라고. 그러면 진짜 프로 같아져요.

 

오히려 더 프로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요? 되게… 아기 같은 생각 아니에요?

 

이 연차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 일이 쉽지 않고,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거, 그게 프로죠.

하하. 감사해요. 제가 친구들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까?”(웃음) 어떤 분들이 들으면 “쟤는 어린 나이에 돈도 많이 벌어놓고 저런 얘기를 하냐”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쉽지 않아요. 이 일은 얻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쉽지 않죠. 언제나 저 스스로를 챙겨야만 하고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요.

요즘 걸 그룹 친구들은 되게 어리잖아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더 눈길이 가요. 저 어렸을 때도 생각나고, 응원해주고 싶고, 건강하게 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느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선배가 됐군요.(웃음)

 

앞으로 도전해보고 것이 있다면?

벌여놓은 일들을 잘해나가야죠. 가수 일, 연기 일, 유튜브 채널 등등.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제가 저 자신을 봤을 때 “오, 나 좀 멋있는데”라고 할 만한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전 칭찬도 비난도 귀에 잘 안 들어오는 타입이라, 스스로가 괜찮다고 멋있다고 해줄 때까지 열심히 해야 하거든요.

 

하반기에 해보고 싶은 건요?

뉴욕과 제주도에 가고 싶어요. 일로 가는 것과 놀러 가는 건 정말 달라요. 월드 투어로 가면 계속 타이트한 옷을 입어야 하고 맛있는 것도 마음껏 못 먹잖아요. 사실 먹어도 살 안 찐다는 건 다 뻥이에요!(웃음) 일 말고 놀러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조용한 거리를 산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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